르포

합정동 골목,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재개발이 시작된 동네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했습니다.

저녁 햇살 속 합정 골목 오래된 가게 앞에 서 있는 노년의 상인

2024년 봄, 합정동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문구점 주인 김씨는 3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고 했습니다. 그의 가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맞은편 건물에는 이미 ‘철거 예정’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박 스튜디오 에디터는 사흘에 걸쳐 그 골목을 드나들며 여덟 명의 상인과 주민을 만났습니다. 이 르포는 재개발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동네가 변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각과 기억이 지워지는지를 기록합니다. 오전 열 시 문을 여는 분식집, 손으로 쓴 가격표가 붙은 채소 가게, 골목 어귀에 매일 앉아 있는 할아버지 — 이 이야기들은 뉴스에 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기록해야 합니다. 도시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이 건물만이 아님을 이 르포는 조용히 말합니다.

골목 취재를 마치던 날 저녁, 편집자는 메모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 골목은 곧 없어지겠지만, 오늘 내가 들은 목소리들은 어딘가에 남아야 한다.’ 그것이 이 글을 쓴 이유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한 번쯤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기 어렵습니다.